영머신·2026.01.28란치아 '델타'의 심장을 품은 희귀작, '하이에나 자가토'가 특별한 이유
피닌파리나나 베르토네 같은 카로체리아가 슈퍼카 마니아들에게 친숙하듯, 자가토 역시 닛산 오텍, 토요타 등과의 협업을 통해 일본에서 높은 인지도를 누리고 있습니다. 아스톤 마틴 DB4GT 자가토나 알파로메오 SZ의 인기도 확고하지만, 란치아와의 협업으로 태어난 희소성 덕분에 '하이에나 자가토'는 일본에서 단연 최고의 인기를 자랑합니다.



피닌파리나(Pininfarina)나 베르토네(Bertone) 같은 카로체리아는 슈퍼카 세대에게 매우 친숙한 이름입니다. 하지만 자가토(Zagato) 역시 닛산 오텍이나 토요타와의 협업을 통해 일본에서 의외로 인지도가 높으며, 앞서 언급한 두 회사 못지않은 인기를 누리고 있습니다. 물론 아스톤 마틴 DB4GT 자가토나 알파로메오 SZ 같은 모델의 인기도 확고하지만, 란치아와의 결합이 만들어낸 희소성을 생각하면 '하이에나 자가토(Hyena Zagato)'야말로 일본에서 가장 사랑받는 모델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 것입니다.
1950년대부터 이어진 란치아와 자가토의 인연
란치아와 자가토의 협업 관계는 이미 1950년대에 기틀을 잡았습니다. 아피아(Appia) GT 자가토를 시작으로 플라미니아(Flaminia, 1964년), 풀비아(Fulvia, 1967년) 등이 그 뒤를 이었습니다. 하지만 1970년대 들어 자가토는 점차 란치아와 멀어졌고, 알파로메오나 아스톤 마틴 같은 제조사와의 작업에 집중하기 시작합니다. 이러한 흐름은 당시 수석 디자이너였던 엘콜레 스파다(Ercole Spada)의 역량 덕분이었으며, 그가 없었다면 오늘날 자가토가 누리는 명성도 반쪽에 그쳤을지 모릅니다.
1990년대에 접어들 무렵, 란치아는 '델타(Delta)'의 대성공에 힘입어 마지막 황금기(이후 2013~2022년은 사실상 브랜드 휴면 상태였습니다)를 누리고 있었습니다. 자연스럽게 델타의 엔진과 섀시를 활용한 자가토 모델을 만들어보자는 제안이 곳곳에서 흘러나왔습니다. 그중에서도 당시 자가토 재팬의 대표였던 F씨의 열정은 대단했습니다. 그는 디자이너 스파다와 함께 몇 번이고 란치아 본사를 방문했습니다. 참고로 F씨는 알파로메오 SZ(ES30) 탄생에도 깊이 관여한 인물로, 베이스 모델인 75 트윈스파크의 섀시 일체를 알파로메오로부터 직접 사들였다는 소문이 돌 만큼 영향력 있는 인물이었습니다.

란치아 하이에나 자가토는 1992년 자가토 창립 75주년을 기념해 세상에 나왔습니다. 루프 라인에는 자가토의 상징적인 디자인 아이덴티티인 '더블 버블(Double Bubble)' 형상이 뚜렷하게 녹아 있습니다.

파워트레인과 섀시는 란치아 델타 인테그랄레(Delta Integrale)의 것을 그대로 가져왔고, 차체는 알루미늄과 FRP를 혼합해 제작했습니다. 덕분에 기존 델타 대비 150kg에 달하는 경량화를 달성하며 차량 무게를 약 1,200kg까지 줄였습니다.

사진 속 18호차는 출고 당시 자가토 순정 색상인 '몬자 레드(Monza Red)'로 기록되어 있었습니다. 하지만 이탈리아에서 복원 작업을 진행할 때, 마찬가지로 순정 색상에 가까운 '베네치아 블루(Venezia Blue)'로 새로 칠해졌습니다.
디자인의 완성, 역시 에르콜 스파다의 손길이었다
당시 네덜란드의 거상 폴 코트(Paul Koot) 역시 비슷한 구상을 하고 있었다. 그는 전속 아티스트 나니 테데스키(Nani Tedeschi)에게 러프 스케치까지 그리게 했는데, 이를 본 란치아 경영진이 자가토 측에 "에르콜(에르콜 스파다)에게 마무리를 맡기면 훨씬 멋진 차가 나올 것"이라고 제안했다. 결국 실제 제작은 네덜란드의 코트가 대부분을 주도하고, 반조립 상태의 차를 자가토가 넘겨받아 완성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하지만 하이에나를 만드는 과정은 란치아나 코트의 생각만큼 순탄치 않았다. 델타의 섀시를 이식하고 알루미늄으로 메인 보디를 짜는 것까지는 순조로웠으나, 의외로 인테리어에서 발목을 잡혔다. 하이에나는 스커틀부터 A필러를 포함한 대시보드 전체를 카본으로 구성하고자 했는데, 크기가 크고 형상이 워낙 복잡해 당시 자가토의 기술력으로는 감당하기 어려웠던 것. 결국 파리에 본사를 둔 우주항공 소재 전문 기업 'MOC'에 제작을 의뢰했다. 그 결과 순정 델타의 대시보드 무게가 17kg에 달했던 반면, 하이에나의 카본 대시보드는 단 2.5kg에 불과했다. 덕분에 하이에나의 공차중량은 1,200kg을 기록하며, 베이스 모델인 델타 인테그랄레보다 무려 150kg을 덜어내는 데 성공했다.

대시보드부터 A필러에 이르는 넓은 부위에 파리 MOC사의 카본 파츠가 아낌없이 적용됐다. 계기판 패널 상단부가 자가토 특유의 '더블 버블' 형태로 솟아오른 디테일도 눈여겨볼 부분이다.
베이스 모델 델타 대비 40마력 업그레이드?
엔진 역시 델타의 유닛을 공유한다. 제어 맵과 연료 압력, 부스트 압력 등을 손봐 기존 델타의 210마력에서 250마력까지 출력을 끌어올렸다고 전해진다. 다만 공식 테스트 데이터가 남아있지 않아 이 수치를 곧이곧대로 믿기는 어렵다. 원래 이탈리아 브랜드의 카탈로그 제원만큼 신뢰도가 떨어지는 것도 없기 때문이다. 그래도 WRC를 호령했던 델타와 델타 S4에 적용된 라가초니(Ragazzoni) 배기 시스템(인코넬 소재라는 소문이 파다하다)을 채택하는 등 성능 향상을 위한 튜닝은 제대로 거쳤다.

에보 II(Evo II) 엔진을 다방면으로 조율해 40마력의 추가 출력을 확보했다. 최고속도는 시속 230km 수준이라는 것이 업계의 정설이다.

휠은 델타 인테그랄레 에보 II(Evo II)와 동일한 타입을 장착했습니다. 사이드 마커 아래에 자리 잡은 자가토 엠블럼 역시 전통적인 배치 방식을 그대로 따랐습니다.

시트는 출고 당시 장착했던 레카로 시트의 프레임을 유지한 채, 터코이즈(청록색) 알칸타라 가죽으로 새로 감쌌습니다. 기존의 좁은 뒷좌석은 과감히 떼어냈습니다.
이 독특한 하이에나는 단 24대(25대라는 설도 있음)만 세상에 나왔습니다. 당초 란치아와 수입사 코트(Koot)는 500대 생산을 계획했고, 출시 당시 창립 75주년을 맞이했던 자가토는 75대 생산을 공언하는 등 원대한 포부를 밝혔습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는 라틴계 특유의 낙관적인 계획에 그치고 말았습니다. 프랑스 파리의 카본 업체 MOC가 납기와 단가 조절에 실패해 발목을 잡았다는 분석 혹은 핑계도 존재합니다. 이유가 무엇이든, 란치아와 자가토라는 거물들의 합작 프로젝트치고는 무척이나 아쉬운 생산 대수입니다.
이 극단적인 희소성 덕분에 몸값은 천정부지로 치솟았습니다. 미국 경매에 등장했던 24대 중 18번째 하이에나는 25만 달러(약 4,000만 엔)에 육박하는 금액에 낙찰되었습니다. 이 차량은 출고 당시 몬자 레드 컬러였으나 베네치아 블루 메탈릭으로 재도색되었고, 델타 에볼루치오네 II의 휠을 신었습니다. 복원 과정에서 서스펜션 감쇄 장치(쇼크 업소버) 일체도 교체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자가토 창립 75주년 기념 모델이라는 상징성을 고려하면 오히려 저렴하게 느껴지기도 하는데, 자가토 마니아들의 생각은 어떨지 궁금합니다.

도어 트림 안쪽 패널 역시 카본 소재로 만들어 무게가 단 1.5kg에 불과합니다. 이 역시 프랑스 파리의 MOC사에서 공급한 부품입니다.

화이트 계기판 자체는 순정 사양 그대로지만, 안쪽 테두리에 터코이즈 컬러를 입혀 포인트를 주었습니다. 이는 이탈리아의 유명 복원가 파루치니(Paruccini)의 정교한 터치 덕분입니다.

도어 오프너는 알파 로메오 스파이더(Alfa Romeo Spider)의 부품을 공유합니다. 다만 단 24대만 한정 생산된 하이에나의 특성상, 차량마다 디테일이 조금씩 다를 수도 있습니다.
※ 본 콘텐츠는 공개 시점의 정보를 기반으로 작성되었으며, 시간이 흐름에 따라 세부 사실이나 사양이 달라질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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