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머신·2026.02.022스트로크 500cc 시절엔 없던 '18%'의 영역을 찾아서 [아오키 노부아츠의 조모 GP 신문 Vol.36]
전직 MotoGP 라이더 아오키 노부아츠가 전하는 마니아를 위한 레이스 분석. 1997년 GP500 데뷔 첫해 종합 3위에 오르고 Proton KR과 Suzuki에서 개발 라이더로 활약한 그가 MotoGP 라이더들의 '절대 따라 해선 안 될' 훈련법을 소개합니다.
![2스트로크 500cc 시절엔 없던 '18%'의 영역을 찾아서 [아오키 노부아츠의 조모 GP 신문 Vol.36] 이미지](https://reitwagen-cdn.baree.net/697a025491b4eae6.jpg)

전직 MotoGP 라이더 아오키 노부아츠(青木宣篤)가 전하는 깊이 있는 레이스 이야기, '조모 GP 신문'입니다. 아오키 노부아츠는 1997년 GP500 데뷔 첫해에 시즌 3위를 기록했으며, Proton KR과 Suzuki에서 오랜 세월 MotoGP 머신 개발 라이더로 활약하며 방대한 노하우를 쌓아온 인물입니다. 영머신(Young Machine) 웹사이트에서 연재 중인 '조모 GP 신문' 제36회 주제는 MotoGP 라이더들이 평소에 소화하는 '절대 따라 해서는 안 될' 훈련법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브레이크 한계를 넘어서는 진입 제동, 스핀 레이트의 황금비 '18%'를 쫓는 가속
라이딩 중 발생하는 슬라이드는 크게 두 가지로 나뉩니다. 코너 진입 시의 슬라이드와 코너 탈출(탈출 가속) 시의 슬라이드입니다. 먼저 코너 진입 슬라이드는 요즘 MotoGP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광경인데, 그 목적은 바로 '감속도'를 극대화하기 위해서입니다. 쉽게 말해 가장 짧은 시간과 거리에서 속도를 최대한 줄이기 위해 의도적으로 차체를 미끄러뜨리는 것입니다.
일반적인 앞뒤 브레이크만 사용하는 제동으로는 머신에 장착된 브레이크 시스템이 낼 수 있는 한계 이상의 감속도를 얻을 수 없습니다. 하지만 리어를 의도적으로 미끄러뜨려 횡방향 마찰 저항을 일으키면, 브레이크 시스템 성능에 알파(+α)가 더해진 강력한 제동력을 얻을 수 있습니다. 덕분에 더 짧은 시간과 거리에서 감속할 수 있게 됩니다.
반면 코너 탈출 시의 슬라이드는 트랙션 컨트롤 등의 전자 장비 제어가 개입하기 때문에 조금 더 복잡합니다. 여기서 알아두어야 할 기초 지식은 뒷타이어의 '스핀 레이트(Spin Rate)'에 황금비가 존재한다는 사실입니다. 그 수치는 대략 18%로 알려져 있습니다. 코너를 가장 효율적으로 빠져나가려면 뒷바퀴를 약 18% 정도 미끄러뜨리며 구동력을 전달해야 합니다.
각 제조사가 독자적인 ECU를 개발하던 시절의 트랙션 컨트롤은 매우 뛰어났습니다. 코너를 탈출할 때 라이더가 스로틀을 크게 열기만 하면, 시스템이 알아서 뒷바퀴의 스핀 레이트를 18%로 유지해 주었습니다. 하지만 통합 ECU가 도입된 이후, 현재 MotoGP 머신의 트랙션 컨트롤은 그 정도의 정밀한 성능을 내지 못합니다. 그래서 요즘은 트랙션 컨트롤 개입을 줄이고 엔진 맵핑을 통해 제어하는 방식이 주류를 이룹니다.
엔진 맵핑 제어는 라이더의 미세한 스로틀 조작과 맞물려 작동합니다. 라이더는 경기 초반에는 풀 파워를 내는 A 모드를 사용하다가, 랩을 거듭하며 타이어가 마모되면 그에 맞춰 출력을 낮춘 B 모드나 C 모드로 전환합니다. 타이어 그립이 떨어졌는데도 엔진이 계속 풀 파워를 내면 뒷바퀴가 헛돌기 때문입니다. 라이더는 모드 전환과 동시에 정교한 스로틀 컨트롤을 더해, 타이어 상태가 변하더라도 황금비인 18%의 스핀 레이트를 유지하기 위해 사투를 벌입니다.
이 부분이 과거 2스트로크 머신과 지금의 4스트로크 머신의 결정적인 차이점입니다. 어떻게든 타이어 그립을 확보하는 것이 최우선이었던 2스트로크 시절과 달리, 4스트로크 머신은 18%의 스핀 레이트를 요구합니다. 게다가 현재의 MotoGP 머신은 이를 자동으로 제어해 주지 않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라이더들은 다양한 바이크를 타며 혹독한 라이딩 훈련을 거듭하는 것입니다.

사진은 1997년 당시의 #7 오카다 타다유키와 #1 믹 두한입니다. 한계까지 몰아붙인 결과로 슬라이드가 일어날 수는 있어도, 지금처럼 의도적으로 미끄러뜨리며 달리는 기법은 쓰지 않던 것이 2스트로크 머신 시대의 특징이었습니다.
'무언가 얻을 수 있을 것'이라는 믿음으로 반복하는 시행착오
MotoGP 라이더들이 온로드와 오프로드를 가리지 않고 다양한 바이크로 슬라이드를 연습하는 영상이 자주 올라옵니다. 가장 이상적인 훈련장은 발렌티노 롯시가 운영하는 'VR46 랜치(Ranch)'의 더트 트랙일 것입니다. 일반적인 더트 트랙은 좌회전 코스만 있고 머신에 앞 브레이크가 없지만, VR46 랜치의 코스는 좌우 코너가 모두 존재하며 머신에도 앞 브레이크가 장착되어 있습니다. 온로드 주행 환경에 더 가까우면서도 미끄러지기 쉬운 노면에서 훈련할 수 있도록 설계된 것입니다.
하지만 더트 코스는 유지 관리가 상상 이상으로 까다롭고 비용도 많이 듭니다. 그래서 많은 라이더가 온로드에서 다양한 바이크를 타며 훈련을 대신하곤 합니다. 하지만 여기서 '다른 바이크로 훈련하는 것이 과연 실제 레이스에 도움이 되는가'라는 의문이 생깁니다.
참 어려운 문제입니다. 현재 MotoGP 머신은 1000cc인데, 250cc 양산형 바이크를 탄다고 해서 4분의 1 속도 영역에서 똑같은 차체 거동이 일어나는 것은 아니기 때문입니다. 바이크의 움직임은 배기량이나 속도 영역에 비례해 똑같이 축소되는 것이 아니라, 차체마다 고유한 특성을 가집니다. 결국 MotoGP 머신을 다루는 훈련을 하려면 실제 MotoGP 머신을 타는 수밖에 없다는 것이 진실에 가깝습니다.
그럼에도 다른 바이크로 훈련하면서 '무언가 얻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 '조금이라도 도움이 될지도 모른다'는 실낱같은 가능성을 쫓는 것입니다. 그 '혹시나' 하는 가능성을 위해 수많은 시행착오를 반복하고, 아주 미세한 감각이라도 찾아내기 위해 필사적으로 훈련하는 이들이 바로 지금의 MotoGP 라이더들입니다. 정말 눈물겨운 노력입니다.
"그렇구나. MotoGP 라이더들이 하는 훈련이라면 나도 한번 따라 해볼까?"라는 생각은 절대 금물입니다. 최근 SNS 등에 올라오는 라이더들의 훈련 영상은 기술적 수준이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높고 위험성도 큽니다. 본인이 현역 MotoGP 라이더가 아니라면 흉내 낼 엄두조차 내지 않는 것이 좋습니다. 실제로 최근 훈련 중 부상을 입어 레이스에 불참하거나 컨디션 난조를 겪는 프로 라이더들이 눈에 띄게 늘었습니다. 한마디로 너무 위험합니다.
그러고 보니 마베릭 비냐레스가 8자 돌기(물론 상상을 초월하는 초고난도 수준입니다) 연습을 하는 영상도 있었습니다. 비냐레스는 코너 진입 시 브레이크를 끌고 들어가는 '트레일 브레이킹'을 잘 쓰지 않는 타입입니다. 프런트 브레이크를 일찍 해제하는 대신, 원래대로라면 돌 수 없는 라인을 뒷바퀴를 미끄러뜨려 강제로 회전시키는 라이딩 스타일을 구사합니다.
뒷바퀴 그립이 확보되는 상황이라면 빠르지만(조금 복잡한 얘기지만 그립이 높을수록 슬라이드를 제어하기는 더 쉽다), 그렇지 않으면 금세 페이스가 무너지고 만다. 서킷이나 노면 상태에 따라 성적의 기복이 큰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그런 면에서 8자 돌기는 확실하게 감속하지 않으면 다음 선회가 까다로워진다. 비냐레스도 라이딩 스타일을 바꾸기 위해 애쓰고 있구나 싶어 감회가 새롭다. 세계 정상급 MotoGP 라이더들이 저마다의 과제를 극복하기 위해 매진하는 훈련들. 이를 거쳐 맞이할 2026 시즌이기에, 세팡 테스트에서 라이더들의 주행을 지켜보는 재미가 조금은 달라질지도 모르겠다.
[영상: 비냐레스의 8자 주행 외] BACK TO THE WINNING PATH | Jorge Lorenzo y Maverick Viñales | Cap.1: Tengo un plan
9분 12초 부근 참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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