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머신·2026.02.03[명차 아카이브] 400cc 4기통 붐의 주역, 가와사키 Z400FX를 돌아보다
1979년 봄, 혼다 CB400 포어의 단종 이후 맥이 끊겼던 4기통 시장에 가와사키 Z400FX가 등장했다. "400cc는 2기통이면 충분하다"던 당시의 상식을 깨고 DOHC 엔진을 얹어 시장의 판도를 바꾼 전설적인 머신의 발자취를 되짚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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쇼와 54년인 1979년 봄, 중형 모터사이클 시장에 거대한 충격이 전해졌다. 혼다 CB400 포어(CB400 Four)의 생산 종료 이후 한동안 자취를 감췄던 4기통 모델이 마침내 부활한 것이다. 가와사키가 선보인 Z400FX는 "400cc는 2기통으로도 충분하다"던 당시 업계의 통념을 정면으로 반박하며 DOHC 헤드를 탑재하고 등장했다. 이후 400cc 시장의 판도를 송두리째 바꿔놓은 이 전설적인 머신의 개요와 특유의 선 굵고 '터프한' 주행 감각을 다시금 조명해 본다.
모두가 기다려온 4기통 DOHC, 클래스 최강의 심장
Z400FX가 등장하기 전까지 400cc 클래스는 2기통 모델이 주류를 이루었다. 제조사들 역시 "400cc라면 2기통으로도 충분히 빠르다"는 태도를 유지하던 시절이었다. 하지만 라이더들은 멀티 실린더(다기통) 엔진의 부활을 갈망하고 있었다. 이러한 시장의 목소리에 부응해 등장한 심장이 바로 클래스 최강 스펙인 최고출력 43마력(9,500rpm)을 발휘하는 공랭 병렬 4기통 DOHC 엔진이다.
실제로 스로틀을 감아쥐면 DOHC 헤드 특유의 고회전 영역까지 매끄럽게 뻗어 나가는 시원한 회전 질감을 만끽할 수 있다. 요즘의 수냉 엔진과는 궤를 달리하는, 공랭 4기통만의 거칠면서도 관능적인 배기음은 당시 젊은이들의 마음을 단숨에 사로잡았다.
카뷰레터는 부압식을 채택했다. 스로틀을 거칠게 열면 순간적으로 울컥거리는 특유의 버릇도 있었지만, 섬세하게 조작하면 엔진 본연의 강력한 출력을 고스란히 이끌어낼 수 있었다. 이 엔진의 뛰어난 잠재력과 완성도는 훗날 메가 히트를 기록하는 제퍼 400(Zephyr 400)의 엔진 모태가 되었다는 사실만으로도 충분히 증명된다.
'상남자 가와사키'를 상징하는 거대한 차체와 무게감
Z400FX를 이야기할 때 빼놓을 수 없는 부분이 바로 당당한 풍채와 무게다. 직선 위주의 각진 실루엣은 Z 시리즈 상급 모델 못지않은 압도적인 존재감을 뽐냈지만, 건조중량은 189kg에 달했다. 당시 400cc 클래스 기준으로는 상당한 헤비급이었기에 차체를 다루기가 만만치 않았다.
사이드 스탠드를 접고 차체를 바로 세우는 것조차 예삿일이 아니었고, 라이더의 키에 따라서는 발끝만 겨우 닿을 정도로 시트고도 부담스러웠다. 하지만 이처럼 '선택받은 자만이 탈 수 있는 바이크'라는 높은 진입 장벽이야말로 Z400FX를 타협 없는 '터프한 머신'으로 신격화시킨 결정적 요인이었다.
아무나 쉽게 탈 수 없는 바이크였기에, 이를 완벽히 다룬다는 것 자체가 일종의 훈장이었다. 골목이나 학교 운동장에 FX의 배기음이 울려 퍼지는 것만으로도 주변의 시선을 단번에 사로잡는 독보적인 존재감을 뿜어냈다.
안정적인 핸들링과 시대를 앞서간 첨단 사양
주행 특성을 살펴보면, 묵직한 무게가 오히려 뛰어난 안정감으로 작용했다. 묵직한 차체는 일단 속도가 붙으면 화살처럼 곧게 뻗어 나가는 직진 안정성을 발휘한다. 경쾌하고 민첩하게 코너를 파고드는 스타일은 아니지만, 도로를 묵직하게 움켜쥐고 달리는 특유의 주행감은 라이더에게 깊은 신뢰감과 소유하는 만족감을 선사했다.
하체에는 당시 막 보급되기 시작한 캐스트 휠을 발 빠르게 도입했으며, 전·후륜 모두 디스크 브레이크를 채택했다. 특히 리어 디스크에는 간격이 일정하지 않은 부등 피치 타공을 적용해, 빗길에서도 안정적인 제동력을 확보하는 데 크게 기여했다.
시동 방식을 킥 스타터 없이 셀 스타터(전동 스타터)로만 구성한 점 역시, 세련된 신세대 스포츠 모델로서의 정체성을 명확히 보여주는 부분이다.

시승 차량은 성능을 개선한 E2 모델로, 영상 속 테스트 라이더는 마루야마 히로시(丸山浩) 씨가 맡았다.
끊임없는 진화와 후대에 남긴 유산
Z400FX의 인기는 폭발적이었다. 출시와 동시에 판매량 1위를 기록하며 시장을 휩쓸었다. 이에 자극받은 경쟁사들이 앞다투어 4기통 모델을 쏟아내면서, 바야흐로 전례 없는 모터사이클 호황기가 도래하게 된다.
Z400FX는 매년 연식 변경을 거치며 E1부터 E4까지 진화를 거듭했다. 헬멧 홀더 추가(E3), 세미 에어 프런트 포크와 트랜지스터 점화 방식 도입(E4), 나아가 한정판 컬러와 비키니 카울을 두른 E4A에 이르기까지 세심한 업데이트로 상품성을 잃지 않았다. 후속작인 Z400GP가 출시된 이후에도 한동안 병행 판매 및 재생산이 이어졌다는 사실은 이 모델이 라이더들에게 얼마나 깊이 사랑받았는지를 잘 보여준다.
Z400FX는 단순히 잘 달리는 모터사이클을 넘어, 시대의 흐름을 바꾸고 향후 400cc 시장의 이정표를 세운 기념비적인 모델이다. 특유의 선 굵고 강인한 영혼은 지금도 수많은 클래식 바이크 마니아들의 가슴속에 살아 숨 쉬고 있다.

[KAWASAKI Z400FX 1979년 4월] 유럽 시장에 Z500으로 출시된 모델의 일본 내수용 버전인 E1. CB400 Four I/II 단종 이후 약 2년 만에 등장한 두 번째 직렬 4기통 중형 면허 대응 모델이다.

[KAWASAKI Z400FX 1979년 12월] 시승 영상에 등장하는 E2 모델. 뒷바퀴 림 폭이 2.15로 넓어졌고 헤드라이트 아래에 엠블럼을 추가했다. 가격은 1만 3,000엔 인상되었다.

[KAWASAKI Z400FX 1980년 10월] 헬멧 홀더를 기본 사양으로 채택한 E3. 스트라이프 패턴이 들어간 실버와 블랙 컬러로 출시되었으며, 가격은 7,000엔 올랐다.

[KAWASAKI Z400FX 1981년 8월] 그랩 바와 트랜지스터 점화 방식, 세미 에어 포크를 새롭게 적용한 E4. 가격은 3만 엔 인상되었다.

[KAWASAKI Z400FX 1981년 12월] 단 500대만 한정 생산된 희귀 모델 E4A. Z1R을 연상시키는 비키니 카울과 실린더를 비롯한 차체 곳곳에 더해진 강렬한 레드 포인트가 특징이다.

【가와사키 Z400FX 1982년(쇼와 57년) 12월 모델】 1982년 가을 시점에 이미 후속 모델인 Z400GP가 완성되어 있었으나, 팬들의 뜨거운 성원에 부응하기 위해 가와사키는 Z400FX의 최종 버전인 'E4B'를 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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