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머신·2026.01.303년에 걸친 모험과 시행착오, '동력 성능'과 '토크 딜리버리'에 집중한 혼다의 2025 MotoGP 시즌 리뷰
한때 '절대 강자'였던 혼다도 이제는 추격자다. 요행을 바라지 않고 철저한 이론 검증을 통해 한 걸음씩 나아가며 선두권과 같은 고민을 나누는 단계까지 올라섰다. 후반기 레이스 결과는 호전되었으나 한 끗 차이로 우승을 놓쳤던 혼다의 2025 시즌을 되짚어본다.



한때 '절대 강자'로 군림했던 혼다도 이제는 추격자 신세다. 요행을 바라지 않고 철저한 이론 검증을 통해 묵묵히 전진한 결과, 마침내 선두권 팀들과 같은 고민을 나누는 단계까지 도달했다. 시즌 후반기에는 성적도 점차 호전되었으나, 여전히 한 끗 차이로 우승에는 닿지 못했다. 아쉬움과 희망이 교차했던 2025 시즌을 되짚어본다.
에어로다이내믹스까지 아우르는 '동력 성능'에 집중하다

(왼쪽) 2018년부터 2륜 레이스 운영실 오프로드 블록 매니저를 거쳐 2024년 4월 레이스 운영실장으로 취임한 혼다 타이치. (오른쪽) 2015년부터 MotoGP 머신 차체 설계를 담당하고 2025년 RC213V 개발 프로젝트 리더를 맡은 카라시마 료지.
1990년대 WGP500 시절부터 21세기 MotoGP에 이르기까지 혼다의 '상승(常勝)' 가도는 흔들림이 없었다. 하지만 2020 시즌 이후 매뉴팩처러 랭킹 하위권으로 떨어지며 과거의 명성과는 거리가 먼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러한 현실을 정면으로 마주하며 고군분투 중인 HRC 엔지니어이자 RC213V 프로젝트 리더 카라시마 료지, 그리고 레이스 운영실장 혼다 타이치를 만나 혼다의 '현재 위치'와 '미래'에 대해 들었다. 카라시마 리더는 "먼저 2024 시즌에서 2025 시즌으로 이어지는 변화 과정부터 말씀드리겠다"라며 이야기를 시작했다. "아시다시피 2024 시즌은 성적이 나지 않아 꽤 고전했습니다. 사실 그 이전인 2023 시즌부터 이어진 흐름이었죠. 그래서 기존의 기준과 개발 틀을 과감히 깨고 모험적인 시도를 거듭했던 것이 2024 시즌이었습니다. 그 과정에서 득과 실이 명확히 드러났고, 이를 바탕으로 개선에 집중한 것이 2025 시즌입니다. 구체적으로는 '동력 성능 향상'과 '토크 딜리버리 개선'을 목표로 잡았습니다." 하지만 혼다가 라이벌 팀들에 비해 엔진 출력 같은 동력 성능이 떨어진다고 보기는 어렵다. 물론 아주 미세한 차이로도 승패가 갈리는 곳이 MotoGP 무대이긴 하지만 말이다.
"먼저 '토크 딜리버리'에 대해 말씀드리자면, 이는 라이더의 컨트롤 편의성과 직결되는 부분입니다. 2023~2024 시즌에는 이 부분에 대한 라이더들의 불만이 꽤 컸습니다. 이에 2024 시즌 동안 기술적으로 다양한 가설을 세워 수치화하고 실제 머신에 반영했습니다. 그 과정에서 실마리를 찾았고, 2025 시즌 초반에 이르러 개선을 이뤄낼 수 있었습니다."
"다음으로 '동력 성능'입니다. MotoGP에서는 우리뿐만 아니라 라이벌들도 끊임없이 진화하며 경쟁합니다. 따라서 동력 성능에 있어서 '이 정도면 충분하니 됐다'라는 타협은 있을 수 없습니다."
"토크 딜리버리를 라이더의 조종 편의성과 다루기 쉬운 제어력의 영역으로 본다면, 동력 성능 향상과 토크 딜리버리 개선은 항상 동시에 추진해야 하는 두 축입니다."
"어느 한쪽에 치중하다 보면 트레이드오프(상충 관계)로 인해 다른 한쪽이 약화되기 마련입니다. 이를 최소화하면서 두 요소를 모두 높은 수준으로 끌어올리고 고차원적인 밸런스를 맞추는 것이 핵심입니다. 이는 개별 부품의 문제가 아니라 완성된 모터사이클 전체로서 무엇을 구현할 수 있는가의 문제입니다. 한마디로 '패키징'의 영역인 셈이죠."
――전체 패키징의 완성도를 높여야만 레이스에서 이길 수 있다는 뜻이다. 그렇다면 그중에서도 특별히 집중했던 핵심 포인트를 꼽는다면 무엇일까?
"반복해서 말씀드리지만 역시 '동력 성능 향상'입니다. 흔히 동력 성능이라고 하면 '엔진 출력'을 먼저 떠올리기 쉽지만, 이는 단순히 엔진 단독의 잠재력만으로 결정되지 않습니다. 흡배기 효율이나 냉각 성능 등도 밀접하게 관여하죠. 저희가 굳이 '출력(파워)'이라는 단어를 쓰지 않는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저희가 정의하는 동력 성능이란 공기 저항(에어로다이내믹스)까지 모두 포함한 개념이기 때문입니다."
――'에어로다이내믹스를 포함한 동력 성능'이라는 표현은 꽤 신선하게 다가온다. 실제로 레이스 중계 화면을 통해 접한 2025년형 RC213V의 에어로 파츠는 눈이 휘둥그레질 정도다. 프런트 윙렛은 물론이고 카울 곳곳에 공기역학적 형상이 적용되었으며, 프런트 포크에도 소형 윙이 장착됐다. 리어 시트에 솟아오른 윙과 리어 카울 측면의 디테일 등 2024년형 머신과는 완전히 다른 모습이다.
"예를 들어 포뮬러 원(F1) 머신도 공기역학을 극한으로 추구하며 다운포스를 얻기 위해 공기 저항(드래그)을 희생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모터사이클은 롤(Roll)과 피치(Pitch) 같은 차체 움직임의 변화 폭이 매우 큽니다. 따라서 이 움직임 속에서 어떻게 밸런스를 유지할지가 관건입니다. 현상을 하나씩 규명하고 수치화해 나간 결과물이 바로 지금의 형태입니다. 롤이나 피치 등 차체 자세에 따라 공기역학적 특성을 세밀하게 조율하는 과정이 까다로우면서도 흥미로운 부분이죠. 이러한 요소들을 모두 아울러 '동력 성능 향상'이라고 표현하고 있습니다."

Honda HRC Castrol | 조안 미르(왼쪽) | 루카 마리니(오른쪽)

CASTROL Honda LCR 요한 자르코(녹색) | IDEMITSU Honda LCR 솜키앗 찬트라(적색)
유럽 선두권 팀들과 '같은 고민'을 나눌 수 있는 단계에 도달하다

예선에서는 기복이 있었으나 결승에서 선두 경쟁을 펼친 #36 조안 미르와 2025 시즌 혼다 라이더 중 가장 높은 순위를 기록한 #5 요한 자르코.
―― 레이스는 결국 이겨야 의미가 있지만, 혼다는 이번에도 우승을 차지하지 못했다. 과연 무엇이 부족했던 걸까? "단순하게 말해 우리가 예상했던 목표 랩타임을 달성하지 못했습니다." 혼다 관계자의 설명이다. "시즌 개막 전에는 서킷이나 예선 등 다양한 상황을 고려해 라이벌 팀들의 예상 랩타임을 설정합니다. 당연히 이기기 위해서는 그보다 빠른 랩타임을 목표로 삼죠. 사실 2024 시즌에는 두카티를 비롯한 라이벌들의 진화 속도를 너무 낮게 예측해 격차가 크게 벌어졌습니다. 그래서 2025 시즌에는 목표치를 대폭 높여 다양한 도전을 시도했습니다. 그 결과 특정 서킷에서는 두카티를 넘어서는 성과를 내기도 했습니다. 최종적으로 우승이라는 결과는 내지 못했지만, 다양한 데이터를 확보했다는 점에서 수확이 큽니다. 개발에 참여한 스태프들도 자신감을 얻었을 겁니다. 라이더들의 성장도 눈에 띕니다. 예를 들어 루카 마리니는 2024 시즌 예선에서 고전하며 결승에서도 상위권에 오르지 못했지만, 2025 시즌에는 예선 성적도 개선되었고 결승에서도 꾸준히 포인트를 획득했습니다. 조안 미르는 예선에서 기복을 보였지만 결승에서는 선두권 다툼을 벌이기도 했습니다. 다만 결승에서 좋은 결과를 내려면 예선 그리드에서 조금 더 앞선 자리를 차지해야 합니다. 최근 MotoGP는 1초 안에 18명의 라이더가 몰릴 정도로 치열해 추월이 매우 어렵기 때문에 스타트 위치가 절대적으로 중요합니다. 이 부분은 다가오는 2026 시즌의 주요 과제이기도 합니다."

2024 시즌에는 부진했으나, 2025 시즌에는 착실하게 포인트를 쌓아 올린 #10 루카 마리니.
―― 2026 시즌 이야기가 나왔는데, MotoGP는 2027년부터 배기량과 에어로다이내믹스 등 규정이 대폭 변경되고 타이어 공급사도 미쉐린에서 피렐리로 바뀐다. 2026 시즌은 어떤 전략으로 임할 것이며, 2027 시즌은 어떻게 준비하고 있는가? "앞서 언급했듯이 2023 시즌부터 이어져 온 흐름에 따라 2026 시즌에도 동력 성능 향상과 토크 전달력 개선에 집중할 계획입니다. 2027년에 대대적인 규정 변화가 예고되어 있지만, 그렇다고 2026년을 단순히 준비 기간으로만 보낼 수는 없습니다. 우리의 목표는 언제나 우승이니까요. 그리고 그동안 크게 언급되지 않았던 부분인데, 차체 섀시의 그립력은 확실히 개선되었습니다. 하지만 타이어 성능을 한계까지 끌어올려 사용하는 과정에서 다소 불안정한 움직임이 나타나기 시작했습니다. 확실한 정보는 아니지만, 라이벌 팀들 역시 비슷한 문제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는 이야기가 들립니다. 이는 2024년부터 거듭해 온 시행착오의 결과로, 어떤 의미에서는 '우리도 마침내 라이벌들과 같은 수준의 고민을 할 수 있는 단계에 올라섰다'고 볼 수 있습니다. 여기서 한 단계 더 도약하기 위해 차체의 불안정성을 억제하면서도, 라이더가 한계점을 명확히 인지하고 과감하게 몰아붙일 수 있는 섀시 세팅을 계속해서 다듬어 나갈 생각입니다."
―― 2027년 새 규정에 맞춰 대대적인 변화를 구상하고 있는가? 예를 들어 야마하가 직렬 4기통에서 V형 4기통으로 전환하는 것처럼, 혼다 역시 V3나 V5 같은 새로운 엔진 레이아웃을 고민하고 있는지 궁금하다.
"현재 시점에서 구체적으로 말씀드릴 수 있는 부분은 많지 않습니다(웃음). 다만 지금까지 말씀드린 것처럼 기존 기술을 차근차근 고도화하는 동시에, 규정이 크게 바뀌는 만큼 새로운 기술적 혁신도 다각도로 모색하고 있습니다."
"2019년이나 2020년 무렵에는 유럽 제조사들이 에어로다이내믹스나 전자장비(디바이스) 등 기술적인 면에서 앞서 나갔고, 저희는 그들을 뒤쫓는 추격자 입장이었습니다. 지금은 격차를 많이 좁혔지만, 앞으로는 그들을 단번에 추월할 수 있는 혁신적인 돌파구를 찾아내고자 합니다."
"2025 시즌 후반기 성적을 보면 가속력과 최고 속도 면에서 라이벌들과 대등하거나, 경기 상황에 따라서는 오히려 앞서는 모습도 보여주었습니다. 하지만 라이벌들 역시 멈춰 서 있지 않기 때문에 긴장을 늦출 수 없습니다. 유럽 강자들과의 미세한 격차를 좁히고 넘어서기 위해서는 '출력 향상'과 '공기 저항 저감'이라는 레이싱 머신의 가장 기본적이면서도 핵심적인 과제를 묵묵히 수행해 나가야 합니다."
"또한 유럽 팀들은 부품 서플라이어 등을 아우르는 산학 협력 체계를 구축해 대응하고 있습니다. 저희 역시 이탈리아 밀라노에 위치한 혼다 유럽 연구소(Honda R&D Europe (Italia))와의 긴밀한 협업을 통해 최신 정보를 빠르게 입수하고 있으며, 설계 단계에서의 시뮬레이션 기술력도 이전보다 크게 발전했습니다."
―― MotoGP의 새로운 시대가 열리기 전, 1000cc 엔진으로 치러지는 마지막 시즌을 향해 혼다는 묵묵히 발걸음을 옮기고 있다. 과거의 '상승(常勝) 혼다'가 다시 한번 왕좌에 복귀하기를 기대해 본다.
MotoGP 라이더 랭킹
RC213V [2025]
사진 속 #36 머신은 혼다 HRC 카스트롤(Honda HRC Castrol) 팀의 조안 미르가 주행한 RC213V다. 엔진과 섀시 업데이트는 물론, 차체 곳곳에 촘촘하게 배치된 에어로 디바이스들이 시선을 사로잡는다.
![RC213V [2025]](https://young-machine.com/main/wp-content/uploads/2026/01/2025RC213V_71-768x512.jpg?v=1768819765)
RC213V [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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