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머신·2026.03.11"포르쉐 아니었어?" 독특한 뒷태의 프랑스산 RR 스포츠카, 알핀 V6 터보
프렌치 로켓이라 불리며 도로를 누볐던 알핀 V6 터보는 포르쉐 911을 겨냥해 개발된 프랑스 특유의 RR 그랜드 투어러입니다.



요즘 프랑스 차라고 하면 캉구(Kangoo)나 칵투스(Cactus) 같은 스타일리시한 SUV가 대세지만, 그리 멀지 않은 과거에는 '프렌치 로켓'이라 불리던 고성능 모델들이 도로를 가득 메웠습니다. 그 시절 향수를 자극하는 대표적인 모델이 바로 알핀 V6 터보(Alpine V6 Turbo)입니다. 차체 뒤편에 V6 터보 엔진을 얹고 매끈한 공기역학적 바디를 두른 이 차는, 포르쉐 911의 대항마로 개발되었다는 비화가 있을 정도로 야심 찬 스포츠카였습니다. 물론 프랑스 태생답게 911과는 확연히 다른 결을 보여주었습니다.
알핀이 고집스럽게 지켜낸 RR 레이아웃
현재의 알핀(Alpine)은 르노의 스포츠 부문인 르노 스포르(Renault Sport)를 흡수 합병한 브랜드지만, V6 터보를 출시한 1984년 당시에는 르노의 자회사였습니다. 차량 개발의 최종 결정권은 르노에 있었지만, 창립 초기부터 이어온 스포츠카 제작 방식만큼은 꽤 자유롭게 유지할 수 있었습니다. 현대적인 오마주 모델로 부활한 A110부터 A310, 그리고 V6 터보에 이르기까지 일관되게 RR(리어 엔진·후륜 구동) 레이아웃을 고집한 역사만 봐도 알 수 있습니다.

앞서 언급했듯 알핀은 RR 레이아웃 스포츠카에 일가견이 있었지만, V6 터보는 순수 스포츠카보다는 스포티한 그랜드 투어러(GT)를 지향했습니다. 2+2 시트 구성을 갖추고 제법 실용적인 뒷좌석을 마련한 것도 이 때문입니다. 여기에 로터스 에스프리(Lotus Esprit) 등에서 볼 수 있었던 백본(Backbone) 프레임을 채택한 점도 특징입니다. 뛰어난 공간 효율성을 확보하는 동시에 유연하고 한계가 깊은 서스펜션 세팅을 가능케 해, GT로서의 매력을 유감없이 발휘했습니다.

알피느 V6 터보는 1984년 선대 모델인 A310의 풀체인지 모델로 첫선을 보였습니다. 일본을 제외한 글로벌 시장에서는 '알피느 GTA 터보'라는 공식 명칭으로 판매되었습니다.

FRP 바디의 공기역학 성능은 현대 기준에서도 매우 우수하여 0.28이라는 뛰어난 공기저항계수(Cd)를 자랑합니다. 덕분에 고속 주행 시 풍절음이 적고, 차체 앞부분이 위로 뜨는 현상도 발생하지 않습니다.

뒷바퀴 위쪽 유리로 둘러싸인 공간에는 엔진과 변속기가 자리합니다. 공차중량은 당시 기준으로도 꽤 가벼운 1210kg에 불과했습니다.
포르쉐 944 터보와 대등하거나 그 이상인 성능
탑재된 V6 엔진은 푸조, 르노, 볼보가 공동 개발한 PRV 유닛을 기반으로 합니다. SOHC 방식이라 레이싱카처럼 극한의 튜닝을 거치기에는 한계가 있지만, 터보랙이 적고 토크가 부드럽게 솟구쳐 다루기 매우 편합니다. 배기량 2458cc에서 뿜어져 나오는 최고출력 200마력(5750rpm), 최대토크 29.6kgm(2500rpm)의 힘은 포르쉐 944 터보 초기형(220마력/33.6kgm)과 비교해도 크게 뒤지지 않습니다. 터보차저가 더해진 만큼 오일 관리에 신경을 써야 하지만, 이를 제외하면 미국 차 못지않게 튼튼하다는 평가를 받습니다. 다만 엔진룸 내부 열기가 상당해 배관이나 전장 계통에 데미지를 줄 수 있으므로 열 관리에 주의해야 합니다.
FRP 소재의 차체는 과거 프랑스에 존재했던 위탁 생산 전문 제조사 유리에(Heuliez)가 제작을 맡았습니다. 당시로서는 최첨단이었던 공기역학 해석을 거쳐 차체 표면을 매끄럽게 다듬은 덕분에, 공기저항계수(Cd) 0.28이라는 뛰어난 수치를 달성했습니다. 실제로 고속 주행 시 풍절음이 거의 들리지 않아 쾌적한 크루징이 가능합니다. 대개 FRP 바디는 생각보다 무게가 많이 나가기 마련이지만, 알핀은 공차중량을 1210kg으로 묶어두는 데 성공했습니다. 이는 포르쉐 944 터보보다 100kg 이상 가벼운 수치로, 앞서 언급한 출력 차이를 상쇄하고도 남는 가벼움입니다.

실내 인테리어 스타일링은 거장 마르첼로 간디니(Marcello Gandini)가 담당했습니다. 직선을 기조로 삼으면서도 어딘가 부드러운 곡선을 그려내는 그만의 독창적인 스타일이 고스란히 묻어납니다.

탑재된 PRV V6 엔진은 내구성이 뛰어난 SOHC 레이아웃을 취하고 있습니다. 터보랙이 적은 편이며, 폭발적이기보다는 다소 부드럽고 점진적인 가속감이 돋보이는 유닛입니다.

프런트 후드 안쪽은 연료탱크와 스페어타이어 등이 자리를 차지하고 있어 짐을 실을 수 있는 공간이 거의 전무합니다.
귀재 마르첼로 간디니의 손길이 닿은 인테리어
인테리어 디자인은 자동차 디자인의 거장, 마르첼로 간디니(Marcello Gandini)의 역작입니다. 직선을 기조로 하면서도 곳곳에 감각적인 곡선을 가미한 특유의 스타일은 간디니의 디자인답게 보면 볼수록 매력적입니다. 버킷 스타일의 시트는 착좌감이 매우 뛰어나 일상 주행은 물론 장거리 드라이브에도 안성맞춤입니다. 스포츠카임에도 프랑스 차 특유의 안락함을 고스란히 품고 있어 감탄을 자아냅니다. 다만 당시 유럽차들이 그렇듯 세월의 흐름에 따른 내장재 갈라짐 현상은 피하기 어렵습니다. 제대로 복원하려면 솜씨 좋은 가죽 및 인테리어 복원 전문가를 찾는 것이 급선무입니다.
알핀 V6 터보는 전 세계적으로 5,000대 미만이 생산된 희귀 모델로, 현재 중고차 시장에서는 그야말로 '멸종 위기종' 대접을 받습니다. 일본을 비롯한 글로벌 중고 시장에 간혹 매물이 나오기는 하지만 극소수에 불과하며, 상태가 좋은 차량은 더욱 찾기 힘듭니다. 사진 속 네이비 블루 컬러 모델은 일본에서 미국으로 건너간 차량으로, 약 10년 전 경매 낙찰가가 1만 5,000달러(당시 환율 기준 약 187만 엔) 수준이었습니다. 당시 가치를 생각하면 상당한 득템이었던 셈이죠. 지금 도로 위를 달린다면 그 어떤 최신 스포츠카보다 독보적인 존재감을 뽐낼 녀석이기에, 손품 발품을 팔아서라도 소장할 가치는 충분합니다.

센터콘솔 한쪽으로 비껴서 자리 잡은 시프트 레버 역시 간디니의 고집이 묻어나는 디테일입니다.

계기판은 투박할 정도로 단순하지만, 야간에 조명이 켜지면 묘하게 로맨틱한 분위기를 자아내는 매력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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