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머신·2026.03.07"세계 무대든, 일본이든" 아스리트가 뿜어내는 날 선 긴장감을 담기 위해 서킷으로 향하다
F1과 MotoGP 등 세계적인 모터스포츠 무대를 누벼온 베테랑 포토그래퍼 오리하라 히로유키. 그가 30년 만에 전일본 로드레이스 선수권 풀 시즌 취재에 나서며 서킷 위 라이더들이 펼치는 뜨거운 투지와 팽팽한 긴장감의 순간을 전한다.



세계 각지를 돌며 F1과 MotoGP를 취재하고, 현재는 전일본 로드레이스 챔피언십을 비롯한 여러 미디어에서 활약 중인 포토그래퍼 오리하라 히로유키(折原弘之)의 사진 칼럼. 모터스포츠 팬들의 가슴을 뜨겁게 적실 생생한 사진과 이야기를 전한다.
30년 만에 다시 마주한 전일본 로드레이스 현장
2025년부터 전일본 로드레이스 챔피언십을 다시 촬영하게 되었다. 시즌 내내 전일본 로드레이스 현장을 지키는 것은 실로 30년 만이다. 1980년에 로드레이스와 모토크로스 촬영으로 커리어를 시작해 1985년부터는 WGP(현재의 MotoGP)로 무대를 넓혔고, 1992년부터는 F1으로 활동 영역을 옮겼다. 이후 포뮬러 원 스케줄에 치여 살다 보니 이륜차 레이스를 촬영할 기회는 손에 꼽을 정도였다.
하지만 '세 살 버릇 여든까지 간다'는 말처럼, 로드레이스는 내 사진작가 인생의 뿌리이자 중심이다. 그런 의미에서 지난 시즌의 로드레이스 촬영은 20대 시절의 열정을 떠올리게 하는 설레는 작업이었다. 물론 기대감만 있었던 것은 아니다. 내가 렌즈를 통해 표현하고자 하는 세계가 과연 그곳에 존재할지, 일말의 불안감도 스쳤다.
유럽의 라이더와 드라이버들은 끊임없이 성적을 요구받는다. 시즌 중이라도 언제든 '시트를 잃을 수 있다'는 냉혹한 현실이 그들을 압박한다. 이는 팩토리 팀 선수라 해도 예외는 아니다. 이러한 극한의 환경 때문인지, 세션 중인 그들에게서는 쉽게 다가갈 수 없는 날카로운 기운이 뿜어져 나온다. 내가 서킷을 찾는 이유는 바로 그들이 뿜어내는 특유의 긴장감과 압도적인 박진감을 프레임에 담고 싶어서다.
그 팽팽하게 당겨진 활시위 같은 공기가 지금의 전일본 로드레이스에도 흐르고 있을까. 어쩌면 요즘 트렌드처럼 다소 느슨하고 편안한 분위기로 변해버린 것은 아닐까. 마음 한구석에 불안감을 안은 채, 4월 20일 모테기 서킷에서 열린 개막전으로 향했다.
금요일 패독에 들어서자 라이더들은 피트 안에서 웃음을 지으며 비교적 여유로운 모습을 보였다. 혹시 이대로 느슨한 분위기 속에서 레이스가 시작되는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이 스쳤다. 역시 세계선수권 무대에서 느끼던 그 숨 막히는 긴장감은 전일본 무대에서 기대하기 힘든 것일까.
하지만 토요일 공식 예선이 시작되자 서킷의 공기가 180도 달라졌다. 라이더들의 움직임과 눈빛은 전날과 완전히 딴판이었다. 정신을 집중하기 위해 시선을 아래로 떨어뜨리는 이, 두 손을 모으고 기도하듯 출격 순간을 기다리는 이, 강렬한 눈빛으로 한 곳만을 응시하는 이까지. 저마다의 방식으로 극도의 집중 상태에 몰입하고 있었다. 그 모습은 세계선수권이나 전일본이나 다름없었다.
토요일 프리 주행 때만 해도 짧은 렌즈로 다가가 촬영할 수 있었지만, 예선에서는 다가가는 것조차 조심스러웠다. 오히려 그들이 뿜어내는 투지에 밀려나는 기분이었다. 단 한 바퀴에 그동안 쌓아온 모든 것을 쏟아붓기 위한 준비. 그들에게는 그 순간이 일종의 신성한 시간처럼 흘러가고 있었다. 바로 내가 그토록 기다렸던 순간이다. 라이더들의 집중을 방해하지 않으면서도 기세에 눌리지 않도록, 아슬아슬한 경계선을 찾아 렌즈를 겨누었다. 그들이 내뿜는 투지에 정면으로 맞서며, 기 싸움에서 지지 않겠다는 마음으로 셔터를 계속 눌러댔다.
라이더들이 뿜어내는 날 것 그대로의 감정을 온몸으로 받아내며 촬영하는 일은 엄청난 에너지를 소모한다. 단 15분짜리 예선 세션을 촬영하는 것만으로도 몸과 마음이 녹초가 된다. 하지만 역시 로드레이스는, 아니 라이더들은 멋지다. 넘어지면 곧바로 탈락이고, 심하면 시즌 전체를 날려버릴 수도 있는 위험이 따른다. 과장이 아니라 정말 목숨을 걸고 달리는 스포츠다. 그렇기에 이 아스리트들이 품은 결사의 각오는 차원이 다를 수밖에 없다.
나는 그들의 비장한 각오를 카메라에 담기 위해 서킷을 찾는다. 열여덟 살 때 처음 레이스를 보며 느꼈던 그 전율이 고스란히 되살아났다. 최근 몇 년 동안 바쁜 일정에 치여 사진을 찍는 즐거움을 잊고 살았다. 하지만 레이스를 향한 뜨거운 열정이 다시 끓어오르기 시작했다. 로드레이스 촬영 현장으로 돌아온 것은 내게 있어 진정한 '원점 회귀'다.
※ 본 콘텐츠는 공개 당시의 정보를 바탕으로 작성되었으며, 시간이 경과함에 따라 세부 내용이 실제와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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