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머신·2026.02.19“60년 전 야마하 바이크가 여기에?” 1966년에서 타임슬립한 방탄 사양의 초대 ‘배트사이클’
미국인들이 가장 사랑하는 히어로 배트맨의 수많은 탈것 중에서도 강렬한 존재감을 뽐냈던 초대 '배트사이클'. 1966년 TV 시리즈 속 모습을 그대로 간직한 이 독특한 사이드카의 베이스는 놀랍게도 야마하의 250cc 바이크였습니다.



미국 히어로 역사상 가장 사랑받는 캐릭터를 꼽으라면 단연 배트맨일 것입니다. 드라마와 애니메이션, 영화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작품이 제작되었고, 관련 굿즈의 수 역시 천문학적인 수준입니다. 특히 배트맨 하면 빼놓을 수 없는 것이 바로 개성 넘치는 탈것들입니다. 그중에서도 바이크를 타고 도로를 질주하는 배트맨의 멋진 모습을 기억하는 라이더들이 많을 것입니다.
초대 배트사이클의 베이스는 야마하 250cc 바이크
이번에 소개할 모델은 1966년 미국 전역에 방영된 TV 드라마 시리즈 <배트맨>에 등장했던 바이크입니다. 이름하여 '배트사이클(Batcycle)'이라 불리는 사이드카(측차부 바이크)입니다. DC 코믹스 원작 설정에 따르면, 배트맨의 배트사이클은 786cc 수냉식 V4 엔진을 탑재하고 컴퓨터 제어식 기화기(!)와 방탄 페어링을 갖춘 개조 스트리트 바이크였습니다. 물론 현실에서는 존재하지 않는 가상의 설정이었기에, 당시 제작진은 시판 중인 바이크를 커스텀하여 최대한 배트사이클의 분위기를 연출해 냈습니다.
드라마 시즌 1 촬영 당시에는 1965년식 Harley-Davidson이 배트사이클로 쓰였습니다. 조수 로빈이 탑승하는 사이드카를 추가하고 그럴싸한 카울을 씌웠다고 전해지지만, 아쉽게도 자세한 자료는 남아있지 않습니다. 게다가 이 Harley-Davidson 배트사이클은 시즌 내내 고작 한두 에피소드에만 잠깐 등장했을 뿐입니다. 시즌 1 촬영이 끝나자마자 대여했던 Harley-Davidson 딜러점에 바로 반납되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드라마가 폭발적인 인기를 끌면서 곧바로 시즌 2 제작이 결정되었고, 마침내 제대로 된 오리지널 배트사이클을 제작하게 되었습니다.

1966년식 배트사이클. 베이스 모델은 야마하 Catalina 250으로, 일본 내수 시장에서 '에스삼(S3)'이라는 애칭으로 불렸던 2스트로크 모델 YDS3로 추정됩니다.

극 중 로빈의 전용석인 사이드카는 본체에서 분리되어 독자 주행이 가능한 구조입니다. 초대 배트맨의 심볼 마크가 블랙이 아닌 레드로 칠해진 점도 눈길을 끕니다.
20세기 폭스가 지불한 대여료는 단돈 350달러
놀랍게도 할리데이비슨을 제치고 배트맨과 로빈의 발이 되어준 바이크는 야마하 베이스였습니다. 기록에 남은 수출명은 'Catalina 250'으로, 일본 내수용 YDS3(통칭 에스삼)와 같은 모델입니다. 246cc 공랭 2스트로크 엔진을 탑재해 최고출력 24마력(7,500rpm)을 발휘하는 스펙으로, 전기형이 1964년, 후기형이 1966년에 데뷔해 시기적으로도 딱 맞아떨어집니다. 참고로 '카탈리나'라는 이름은 과거 카탈리나섬 그랑프리 공도 레이스에서 유래했습니다. 야마하는 1958년 이 대회에 사상 첫 해외 원정 출전을 감행해 6위 입상이라는 쾌거를 거둔 바 있습니다.
이 바이크는 커스텀 빌더인 '커스토모티브(Kustomotive)'의 손에서 탄생했다. 댄 뎀프스키(Dan Dempski)가 기획하고 톰 대니얼(Tom Daniel)이 디자인했으며, 댄과 코키 코크스(Corky Cokes) 형제가 제작을 맡았다. 당시 드라마 제작사였던 20세기 폭스는 커스텀 및 대여 보증금으로 350달러(당시 환율 기준 약 12만 6,000엔)를 지불했고, 매주 50달러의 렌탈료를 추가로 냈다. 커스토모티브는 촬영용 차량 외에도 전시용 레플리카 4대를 추가로 제작했으나, 현재 소재가 파악된 것은 이번에 등장한 차량을 포함해 단 2대뿐인 희귀한 모델이다.

대형 페어링과 업 핸들바가 절묘한 조화를 이룬다. 계기판과 핸들 주변부는 베이스 모델인 야마하의 순정 레이아웃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

1960년대 특유의 미래지향적 감성이 돋보이는 사이드카 디자인. 사이드 카울 상단으로 머플러 엔드가 살짝 드러나도록 설계해 시각적인 포인트를 주었다.

사이드카는 본체와 분리되어 단독으로 달릴 수 있는 구조다. 내부에 엎드리듯 타는 전경 자세의 시트가 마련되어 있어, 실제 주행 시 꽤나 짜릿하고 스릴 넘치는 감각을 선사했을 것이 분명하다.

전면에 새겨진 대형 'R' 로고는 배트맨의 든든한 파트너인 로빈(Robin)의 머리글자다. 조종석 핸들에 브레이크 레버로 추정되는 장치가 달려 있는 점도 흥미롭다.

야마하의 246cc 공랭식 2스트로크 2기통 엔진은 분리 급유 시스템인 '오토루브(Autolube)'를 적용한 당시의 선진적인 유닛이다.

한눈에 봐도 야마하 순정임을 알 수 있는 계기판이다. 누적 주행거리는 8,250마일(약 13,200km)로, 촬영용 차량치고는 꽤 긴 거리를 달렸다.
대형 카울은 방탄 사양(설정상)
배트사이클의 디테일을 살펴보면 가장 먼저 방탄 사양(설정상)인 거대한 카울이 시선을 압도한다. 일본의 고전적인 '겟코(월광) 카울' 못지않은 존재감이다. 프런트 펜더와 리어 카울 역시 박쥐 모티브를 아낌없이 담아내 당시 아이들의 마음을 사로잡기에 충분했다. 여기에 분리해 독립 주행이 가능한(설정상) 사이드카의 완성도도 훌륭하다. 스로틀과 브레이크 레버를 갖추고 전경 자세로 달리는 모습은 마치 사이드카 레이스를 연상시킨다. 대형 사이드 카울 뒷부분에는 더미로 보이는 머플러 엔드까지 고개를 내밀고 있다.
20세기 폭스는 TV 드라마가 큰 인기를 끌자 시즌 종료 직후 곧바로 영화 제작에 착수했다. 이때도 배트사이클이 활약했는데, 제작사 '커스토모티브(Kustomotive)'에는 인수 대금으로 2,500달러(당시 환율 기준 약 90만 엔)가 지급되었다. 이 대히트를 시작으로 배트맨은 수많은 리부트 작품을 낳았다. 매번 새로운 배트사이클이 등장해 질주했지만, 진짜 '모터사이클'다운 날것의 매력을 보여주는 것은 단연 이 1966년형 모델이다. 야마하 바이크를 기반으로 했다는 편향된 시선을 걷어내고 보더라도, 역대 배트맨 시리즈 중 최고의 머신으로 꼽히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베이스가 된 1964년식 야마하 YDS3 일본 내수용 모델이다. 배트사이클의 핸들과 연료탱크 부분에서 YDS3의 원형을 고스란히 확인할 수 있다.

TV 방영 당시 배트사이클의 주행 모습. 배트맨은 의젓하게 바이크를 몰고 있지만, 사이드카에 엎드려 타야 하는 로빈의 포지션은 어딘가 미묘한 웃음을 자아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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