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머신·2026.03.19'무적함대'의 전설을 도로 위로! 혼다 CB-F가 바꾼 모터사이클 판도
2025년 스즈카 8시간 내구레이스 데모런에 등장한 전설적인 레이서 RCB1000. 최신 CB1000F로 이어지는 CB-F 시리즈의 탄생 비화와 혼다의 시장 탈환기를 되짚어본다.


2025년 스즈카 8시간 내구레이스(스즈카 8耐) 데모런에 왜 느닷없이 RCB1000이 등장했을까? 최신 모델인 CB1000F에까지 면면히 이어지고 있는 CB-F의 DNA. 그 위대한 탄생의 순간을 되짚어본다.
시장 탈환의 특명을 안고 1978년 말 데뷔한 CB-F
1969년에 출시된 '드림 CB 750Four(K0)'는 당시로서는 혁신적인 4기통 엔진이 뿜어내는 압도적인 출력과 뛰어난 주행 성능을 앞세워, 전 세계 대형 모터사이클 시장의 판도를 단숨에 바꾼 기념비적인 모델이다.
하지만 1970년대 후반에 접어들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CB750Four(K 시리즈)가 전통적인 SOHC 2밸브 엔진과 와이어 스포크 휠을 고수하는 사이, 가와사키와 스즈키 등 경쟁사들은 고성능 DOHC 4밸브 엔진과 가벼운 캐스트 휠을 적용한 신차를 잇달아 선보이며 혼다의 시장 점유율을 매섭게 위협했다.
혼다 역시 유럽 스타일을 가미한 CB750Four-II나 자동변속기(AT)를 탑재한 EARA 등을 출시하며 분위기 반전을 꾀했으나, 시장의 반응은 미지근했다. 결국 단순한 개량형이 아닌, 근본적인 기술 혁신과 완전히 새로운 콘셉트의 모델이 절실한 시점이었다.
이러한 위기 속에서 혼다는 브랜드의 자존심을 건 차세대 플래그십 모델, 'CB-F' 시리즈 개발에 본격적으로 착수하게 된다.

2025년, 오랜만에 서킷으로 돌아와 데모런을 펼친 내구 레이서 RCB1000.

왼쪽이 1976년식, 오른쪽이 1977년식이다. RCB1000은 1976년부터 1978년까지 3년간 치른 26번의 레이스 중 무려 24승을 거두었다. 패배한 두 번은 타이틀이 걸리지 않은 비공식 경기였으며, 공식 타이틀 매치에서는 전승을 기록하는 대기록을 남겼다.

엔트리 넘버 1번을 달고 활약한 2년 차의 1977년형 모델. 997cc 엔진으로 최고출력 120마력을 발휘했으며, 카울에 오일 쿨러용 에어 스쿠프를 새롭게 추가한 것이 특징이다.

당시 카탈로그 표지에서는 RCB1000과 나란히 등장하며, 레이싱 기술을 고스란히 이어받은 스포츠 모델이라는 점을 강렬하게 어필했다.
워크스 머신 RCB1000의 활약과 CB-F의 탄생
CB-F의 기술적 모태는 세계 내구 선수권 대회를 겨냥해 개발된 워크스 머신 'RCB1000'이다. RCB1000은 기존 CB750Four의 엔진을 기반으로 DOHC화하고 배기량을 키워 완성한 레이서였다.
RCB1000은 데뷔 첫해인 1976년 5전 전승, 이듬해인 1977년에는 6전 전승이라는 대기록을 세웠다. 서킷에서 '불침함' 혹은 '무적함대'로 불리며 레이스 판도를 완전히 뒤흔든 RCB1000은, 유럽 시장에서 혼다의 점유율을 되찾아오기 위한 최전선 병기였다.
이러한 레이싱 기술을 이어받아 탄생한 CB-F에는 수많은 첨단 사양이 아낌없이 투입됐다. DOHC 4밸브 헤드는 기본이고, 두랄루민 단조 세퍼레이트 핸들바(북미 사양은 파이프 핸들), 전륜 더블·후륜 싱글 구성의 트리플 디스크 브레이크가 적용됐다. 여기에 와이어 스포크의 유연함과 캐스트 휠의 강성을 동시에 확보한 혼다 독자 규격의 '콤스타(Comstar) 휠', 속도에 따라 감쇄력을 자동으로 조절하는 'FVQ 댐퍼' 방식의 리어 서스펜션 등 스포티한 신기술이 가득했다. CB-F는 1978년 12월 유럽 시장용 900F를 시작으로 포문을 열었으며, 이듬해에는 일본과 북미 시장을 겨냥한 750F가 차례로 출시되었다.
CB-F는 출시와 동시에 전 세계 시장에서 폭발적인 인기를 끌었다. 연료 탱크에서 사이드 커버를 지나 테일 카울까지 유려하게 이어지는 이른바 '플로잉 라인(Flowing Line, 혹은 인테그레이티드 스트림라인)'의 아름다운 디자인은, 1980년대 모터사이클 트렌드의 방향성을 제시하는 이정표가 되었다.

1979년식 CB750FZ

1979년식 CB750FZ

당시 가장 주목받은 핵심 사양 중 하나는 두랄루민 단조 세퍼레이트 핸들바였다. 이를 통해 경쟁 모델들과 확실한 차별화를 이뤄냈다.

공랭 DOHC 4기통 엔진은 2개의 캠 체인을 사용하는 구조로, 901cc에서 최고출력 95마력을 뿜어냈다(일본 내수용 750F는 748cc, 68마력). 이 'F 엔진'을 기반으로 개발된 내구 레이서 머신 역시 RS1000으로 바통을 넘겨받게 된다.
천재 라이더 프레디 스펜서의 활약으로 독보적인 인기를 굳히다
CB-F의 등장에 발맞춰 내구 레이서 머신 RCB1000 역시 RS1000으로 풀체인지를 단행했다. 나아가 혼다는 최대 시장인 북미 지역을 공략하기 위해, 1980년부터 AMA 슈퍼바이크 레이스에 CB-F를 개조한 머신으로 워크스 참전을 선언한다.
핸들을 잡은 주인공은 바로 젊은 천재 라이더, 프레디 스펜서였다. 데뷔 첫해에는 RS1000의 내구 레이스용 엔진을 기반으로 한 탓에 웨스 쿨리가 이끄는 요시무라 스즈키 GS1000S에 챔피언 타이틀을 내주어야 했다. 하지만 이듬해 머신을 스프린트 사양으로 다듬어 복귀했고, 이후 에디 로슨의 가와사키 KZ1000J와 역사에 남을 치열한 사투를 벌이게 된다.
특히 1982년, AMA에서 가장 인기 높은 레이스 중 하나였던 데이토나 100마일 레이스에서 우승을 차지한 프레디 스펜서의 머신은 이후 네이키드 붐 속에서 CB를 상징하는 아이콘이 되었다. 은색 바탕에 파란색 스트라이프가 들어간 이른바 '스펜서 컬러'는 이후 수많은 혼다 모델에 적용되며 큰 인기를 끌었고, 최신 CB1000F에까지 그 혈통이 이어지고 있다.

1982년 데이토나 100마일 레이스에서 우승을 차지한 프레디 스펜서의 19번 머신. 하체에 GP 머신인 NS500의 부품을 이식하는 등 '궁극의 CB'라 불렸다.

CB900F는 1981년 북미 시장에도 출시되었다. 당시 카탈로그 역시 AMA 무대에서 맹활약하던 프레디 스펜서를 전면에 내세우며 적극적인 이미지 마케팅을 전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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