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머신·2026.04.18전설의 프레디 스펜서가 서킷에서 스로틀을 감았다, 혼다 신형 CB1000F 시승 리뷰
"이 녀석 정말 재밌는데!" 전설의 라이더 프레디 스펜서가 혼다의 성지 구마모토에서 신형 CB1000F의 스로틀을 힘껏 열었다. 지난 2025년 10월 열린 '혼다 홈커밍 구마모토'에서 펼쳐진 그의 짜릿한 질주와 생생한 소감을 전한다.


"정말 재밌는 바이크야, 더 달려보자고!" 마치 이렇게 외치듯 스로틀을 활짝 열어젖혔다. 지난 2025년 10월, 혼다 팬들의 성지인 구마모토에서 열린 이벤트에서 전설적인 라이더 프레디 스펜서(Freddie Spencer)가 신형 CB1000F의 스로틀을 감았다. 뜨거웠던 주행 현장과 그의 생생한 소감을 다시 한번 되짚어본다.
참지 못하고 시작된 단독 전력 질주!
프레디 스펜서는 1982년 공랭 CB750F 개조 머신으로 AMA 데이토나 100마일 레이스를 제패한 영웅이다. 이듬해인 1983년에는 WGP500 데뷔 2년 만에 야마하의 케니 로버츠와 치열한 사투를 벌인 끝에 당시 최연소 챔피언 타이틀을 거머쥐었고, 1985년에는 전무후무한 WGP 500·250 클래스 동시 석권이라는 대기록을 세웠다.
이 전설적인 레이서가 혼다 구마모토 공장 인근에 위치한 HSR 규슈 서킷에서 열린 'Honda 홈커밍 구마모토 2025'에 모습을 드러냈다. 그는 현장에서 신형 CB1000F를 타고 데모 주행을 선보이며 팬들을 열광케 했다.
혼다 관계자들은 당초 그에게 가벼운 쇼런 정도를 기대했을 것이다. 레전드 라이더의 안전을 고려해 페이스카(선도차)까지 준비해 둔 상태였다.
하지만 자신의 전성기 시절 머신을 오마주한 CB1000F를 마주한 스펜서의 질주 본능은 멈출 줄 몰랐다. 앞서가던 페이스카의 뒤를 바짝 쫓던 그는 이내 추월을 감행했다.
관계자들의 걱정을 뒤로한 채 단독 전력 질주를 시작한 그는 서킷에 날카로운 직렬 4기통 배기음을 가득 울려 퍼뜨렸다. 놀라운 점은 그 짧은 데모 주행 와중에도 바이크의 특성을 정확히 파악해 완성도 높은 피드백을 남겼다는 사실이다. 역시 레전드는 달랐다.

"나도 모르게 입가에 미소가 번지더군"
프레디 스펜서는 "정말 훌륭하고 기분 좋은 주행이었다"라며 소감을 전했다. "오랜 세월 수많은 신형 바이크를 테스트해 왔다. HRC 테스트 라이더로 활동할 때도 늘 세 가지를 중요하게 여겼다. 바로 바이크가 라이더에게 전달하는 피드백(감각), 민첩성(Agility), 그리고 안정성이다."
"대형 모터사이클에서 가벼운 조작성을 구현하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인데, CB1000F는 그 가벼움이 온몸으로 전해졌습니다. 출력 특성과 기계적인 완성도 역시 훌륭했죠. 제 머릿속에는 지금까지 타본 모든 바이크의 데이터가 저장되어 있습니다. 물론 1982년에 탔던 엔트리 넘버 19번 CB750F의 기억도 생생합니다."
"헬멧에 가려 보이지 않았겠지만, 달리는 내내 입가에 미소가 떠나지 않았습니다. 과거에 탔던 수많은 바이크의 기억이 뚜렷하게 남아 있기에, CB1000F가 보여준 가벼운 움직임은 더욱 놀라웠습니다."
바이크에서 내린 프레디 스펜서가 건넨 첫마디다. 주행 중인 그의 표정을 직접 볼 수는 없었지만, "이렇게 재미있는 바이크를 두고 천천히 달릴 수는 없지! 더 속도를 내게 해달라"고 시위하듯 선도차를 바짝 추격하는 모습에서 그의 질주 본능이 깨어났음을 현장의 모든 관객이 직감할 수 있었다.
이어서 CB1000F에 과거 CB750F 데이토나 레이서의 DNA가 깃들어 있는지 묻는 질문에 답하며, 그는 전설적인 라이더다운 깊이 있는 분석을 이어갔다.

"한계를 넘어도 받아주는 넉넉한 품을 가진 머신"
프레디 스펜서는 "CB1000F를 처음 보았을 때 레트로한 스타일과 현대적인 기술이 훌륭하게 조화를 이루고 있다고 느꼈습니다. 실제로 달려보니 엔진 특성에서 혼다 특유의 DNA가 강하게 묻어났죠. 다루기 즐거운 바이크이며, 특히 서킷에서 진가를 발휘할 것입니다"라고 평가했다.
"가장 진화했다고 느낀 부분은 안정성입니다. 서스펜션의 반응이 한층 더 안정적이에요. 예전에는 노면 피드백을 얻기 위해 서스펜션을 부드럽게 세팅해야 했는데, 그러면 안정성이 떨어지기 마련이었습니다. 라이더는 바이크의 거동과 타이어 그립력의 균형, 그리고 그 한계를 조율하는 고도의 기술을 발휘해야만 했죠."
"조금 더 쉽게 설명해 보죠. 과거의 바이크들은 특정 한계선까지는 잘 버텨주지만, 그 선을 넘는 순간 급격하게 안정성을 잃어버렸습니다. 한계 영역까지 밀어붙일 수는 있어도, 선을 넘으면 순식간에 통제 불능 상태에 빠져 라이더를 내던져 버렸죠. 2스트로크 500cc 머신들이 특히 그랬습니다."
"하지만 요즘 바이크들은 한계에 도달해도 그 너머에서 버텨줄 수 있는 여유가 있습니다. 제가 엔지니어들과 대화할 때 '한계 영역을 넘어서도 조금 더 버텨주는 특성'을 '포기빙(Forgiving, 넓은 허용 한계)'이라는 단어로 표현하곤 합니다. 한계를 넘어서도 라이더가 어떻게든 컨트롤할 수 있는 머신을 만들어 달라고 요청해 왔던 것이죠."
"요즘 바이크들은 라이더에게 한계가 다가오고 있음을 명확히 전달하면서도, 그 한계를 살짝 넘어설 수 있는 여유를 줍니다. 서스펜션과 타이어를 비롯한 모든 성능이 비약적으로 발전했기 때문이죠. 이번에 짧게 타봤을 뿐인데도 민첩성(Agility)이 매우 뛰어났고, 한계 영역에서도 라이더를 받아주는 '포기빙(Forgiving)', 즉 포용력 있는 여유가 느껴졌습니다."

"나도 일요일에는 이 바이크로 달리고 싶다"
개발에 참여한 혼다 대형 FUN 카테고리 제너럴 매니저 사카모토 준이치 씨와 CB1000F 개발 책임자 하라모토 다카유키 씨 등 개발진(취재 당시 기준)에 따르면, CB1000F는 '베스트 밸런스 로드스터'를 콘셉트로 개발했다. 동네 편의점에 가는 가벼운 일상 주행부터 땀이 맺힐 만큼 짜릿한 스포츠 주행까지, 어떤 상황에서도 달리는 즐거움을 느낄 수 있도록 조율했다.
뛰어난 운동 성능은 물론 일상에서의 다루기 쉬운 편의성까지 확보하기 위해, 개발 초기 단계부터 차량 중량을 215kg 미만으로 억제하는 것을 최우선 과제로 삼았다.
엔진 역시 슈퍼스포츠 CBR1000RR에서 물려받은 부드러운 회전 질감에 CB 특유의 풍부한 저회전 토크를 더했다. 특히 저속 토크 영역을 다듬는 데 공을 들였다. 역대 CB 시리즈의 데이터를 분석하고 스로틀 개도량에 따른 토크 전달 과정을 수치화하는 등, 라이더가 느끼는 감성적인 영역을 정밀하게 계측해 양산형 모델에 고스란히 녹여냈다.
이에 맞춰 차체 설계도 최적화했다. 갑작스러운 거동 변화를 억제해 라이더가 다음 움직임을 쉽게 예측할 수 있도록 프레임을 설계하고, 전용 서스펜션 세팅을 적용했다.
프레디 스펜서가 언급한 "과거의 장점은 고스란히 살리면서 현대 기술로 포용력을 넓힌 머신"이라는 평가가 정확히 맞아떨어지는 대목이다. 역대 CB 시리즈의 깊이 있는 영혼을 이어받은 CB1000F의 완성도는 전설적인 라이더의 마음을 사로잡기에 충분했다.
과거 명차를 모티브로 삼은 만큼, 개발진은 계기판을 비롯한 첨단 기술 요소가 이질감을 주지 않을까 고심했다. 하지만 프레디는 "클래식한 스타일의 바이크를 현대적으로 업그레이드하는 것은 아주 바람직하다. 주행 중에도 과거의 계기판보다 훨씬 많은 정보를 직관적으로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레트로한 멋과 현대적인 테크놀로지의 융합이 신선해서 아주 마음에 든다"라며 흔쾌히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북미 시장을 포함한 글로벌 시장 공략을 목표로 삼고 있는 개발진에게 그는 "진심으로 일요일에 탈 바이크로 한 대 갖고 싶다. 일반 도로는 물론 서킷에서도 뛰어난 성능을 발휘한다는 점이 정말 매력적이다"라며 극찬을 아끼지 않았다.
참고로 스펜서는 신형 CB1000F의 여러 컬러 중에서도 실버와 블루가 조합된 이른바 '스펜서 컬러'가 가장 마음에 든다고 밝혔다. 신형 CB1000F를 타고 서킷을 누비는 그의 모습을 하루빨리 다시 볼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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