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머신·2026.03.23"공도 주행이 가능하다고?" 포르쉐 마니아 자극하는 약 2,700만 엔의 '크레머 935 터보'
포르쉐 팬은 물론 모터스포츠 마니아들에게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이름 '크레머 레이싱'. 1979년 르망 24시간 내구레이스 종합 우승을 차지했던 전설적인 레이싱카를 도로 위로 끌어내린 궁극의 튜닝카, '크레머 935 터보'를 소개한다.



포르쉐 팬이 아니더라도 모터스포츠에 관심이 있는 이들에게 '크레머 레이싱(Kremer Racing)'은 무척 반가운 이름이다. 다카하시 구니미쓰와 오카다 히데키 콤비의 르망 도전(962CK6)이나, 르망 무대에서 혼다 NSX를 달리게 했던 기억을 떠올리는 이들도 적지 않다. 원래 창립자이자 레이서였던 에르빈 크레머(Erwin Kremer)를 지원하기 위한 레이싱 팀으로 출발한 이 워크숍은, 1979년 르망 24시간 내구레이스 종합 우승(935K3)을 차지할 정도로 성장했다. 레이스뿐만 아니라 포르쉐 튜닝 분야에서도 독보적인 위상을 자랑한다.
포르쉐 935의 등장과 동시에 완성된 공도 사양 모델
크레머 레이싱의 화려한 레이스 역사는 책 몇 권으로도 모자랄 정도다. 이들은 자신들의 기술력에 매료된 고객들을 위해 수많은 튜닝 포르쉐를 제작하기도 했다. 911을 필두로 플랫 식스 엔진을 얹은 914/6, 그룹 4 호몰로게이션 모델인 934 등 포르쉐의 라인업을 가리지 않고 커스텀을 진행했다. 그중에서도 단연 백미는 르망 우승마의 로드 버전을 지향한 '935 터보'다. 첫 출시가 1976년이니, 본가인 포르쉐의 935가 서킷에 데뷔한 시점과 거의 일치한다.
펜더 위에 있던 헤드램프를 프런트 에이프런으로 옮겨 공기역학 성능을 극대화한 것은 포르쉐의 전설적인 엔지니어 노르베르트 징거(Norbert Singer)의 아이디어였다. 935는 1976년 르망에 처음 투입되어 종합 4위라는 준수한 성적을 거두었다(참고로 당시 우승은 같은 포르쉐의 그룹 6 머신인 936이 차지했다). 세미 워크스 팀이었던 크레머 역시 935로 출전했으나, 아쉽게도 리타이어로 경기를 마무리해야 했다.
르망에서의 쓰라린 은퇴가 튜닝의 밑거름으로
하지만 이 실패는 크레머의 튜닝 혼에 불을 지폈다. 리타이어 원인이 밸브 파손에 있음을 밝혀낸 크레머는 순정 911 터보의 밸브 가이드를 포금(Gunmetal) 재질로 변경했다. 여기에 노킹 방지 대책을 더해 KKK K27 터빈으로 부스트 압력을 1.5bar까지 안정적으로 올리는 데 성공했다. 다만 당시 기술 한계상 터보랙까지 완벽히 잡지는 못해, 크레머의 911 터보를 처음 접한 운전자들이 꽤나 당황했다는 일화도 전해진다.
이처럼 레이싱 스펙 935의 피드백을 고스란히 이식한 공도용 모델이 바로 '크레머 935 터보'다. 3.0L 911 터보를 베이스로 앞서 언급한 개선 작업과 함께 대형 인터쿨러 및 웨이스트게이트 밸브, 독자 개발한 흡배기 키트, 강화 점화 키트 등을 더해 최고출력 300~350마력을 뿜어냈다. 지금 기준으로는 대단치 않아 보일 수 있지만, 당시 순정 911 터보가 부스트 압력 0.8bar에 260마력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비약적인 성능 향상이었다.

포르쉐가 르망에 935를 처음 투입했던 해, 크레머가 발 빠르게 완성한 공도 사양의 935 터보.

순정 911 터보보다 훨씬 넓어진 리어 펜더. 범퍼의 메쉬 그릴과 리어 안개등이 당시 스페셜 카 특유의 분위기를 풍긴다.
도로 위를 달리는 935 그 자체
935 특유의 플랫 노즈와 리어 펜더의 에어 벤트, 그리고 훗날 '웨일 테일(Whale Tail)'이라 불리게 되는 대형 리어 윙을 장착한 이 차는 멀리서 보면 르망 레이스카가 도로에 잘못 나온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경매에 출품된 차량은 창립자 에르빈이 사랑했던 '아이스 그린 메탈릭' 컬러로 칠해져 특별함을 더했다. 실내 역시 고급스러운 GT 카의 면모를 갖췄다. 모스 그린 가죽이 대시보드까지 감싸고 있으며, 레카로 전동 시트는 모켓 소재와 조합되어 세련된 느낌을 준다. 포르쉐 전문 튜너로서 크레머의 명성을 증명하듯, 이 차량의 낙찰가는 17만 3,600달러(약 2,700만 엔)를 기록했다. 주행거리 4만 km를 기록한 911 터보 기반 차량으로서는 이례적인 고가다.
크레머 레이싱은 2006년 에르빈이 세상을 떠난 후 동생인 만프레드가 이끌어오다, 2010년 독일의 한 사업가에게 인수되었다. 현재는 역대 레이싱카와 튜닝카의 복원 작업을 진행하는 한편, 935나 K3 같은 전설적인 머신의 복각 제작도 이어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크레머의 전설은 멈추지 않고 현재진행형으로 흐르고 있다.

이 차량에는 인터쿨러가 장착되어 있지 않다. 911 터보의 터빈을 키우는 수준의 튜닝이 적용된 것으로 추정된다.

최대 1.5bar의 과급압을 자랑하지만, 그만큼 강력한 터보랙을 동반했던 3.0L 크레머 엔진.

‘고래 꼬리(Whale tail)’라 불리는 대형 리어 윙. 면적을 넓히고 수직 날개를 키운 이 디자인은 이후 911 터보의 표준 사양이 되었다.

1980년대 포르쉐도 터보 펜더에 에어 벤트를 더한 옵션을 제공했으나, 크레머 935와는 형태와 핀의 개수에서 차이를 보인다.

레이싱 버전 935는 프런트 섹션에 파이프 프레임을 짰지만, 공도 주행용 버전은 심플한 타워바 보강에 그쳤다.

민트 그린 외장 컬러에 맞춰 모스 그린 가죽과 모켓 소재로 마감한 인테리어. 초록색은 창립자 알윈 크레머가 가장 좋아한 색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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