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크브로스·2026.03.13[시승기] 혼다 CBR650R E-Clutch | 날카로운 손맛과 넉넉한 포용력, 이것이 진정한 올라운더 스포츠
글로벌 미들급 시장에서 독보적인 인기를 자랑하는 올라운더 풀카울 스포츠, 혼다 CBR650R. 클러치 레버 조작의 번거로움을 지워낸 'CBR650R E-Clutch'의 매력을 들여다봤다.
HONDA CBR650R E-Clutch
CBR650R은 미들급 카테고리에서 가장 다재다능한 풀카울 스포츠 모델로 꼽히며, 글로벌 시장에서도 꾸준한 사랑을 받고 있다. 이번에 시승한 모델은 클러치 레버 조작 없이도 매끄러운 주행이 가능한 'CBR650R E-Clutch'다.
풀카울 스포츠에 더해진 새로운 선택지, 'E-클러치'
CBR650R은 지난 2019년, CBR650F의 실질적인 후속 모델로 첫선을 보였다. 이후 디자인 변화와 세부 개선을 거쳐 2024년 현재의 모습으로 진화했고, 같은 해 혁신적인 'E-클러치' 사양이 라인업에 새롭게 추가됐다.
모델의 역사와 계보는 잠시 뒤로 미뤄두고, 우선 주목해야 할 부분은 풀카울 스포츠 모델과 클러치 레버 조작이 필요 없는 변속 시스템 'E-클러치'의 만남이다. 과연 이 조합이 일상적인 라이딩에서 어떤 주행감으로 다가올지 궁금했다.

최근 스포츠 바이크 시장에서 퀵시프터는 흔한 장비가 됐다. 하지만 출발할 때나 극저속으로 서행할 때는 여전히 미세한 '반클러치' 조작이 필요한 순간이 오기 마련이다.
사실 개인적으로 E-클러치 탑재 차량을 타본 경험은 있다. 다만 짧은 시승에 그쳤던 터라 그 실력을 진득하게 경험해 볼 기회는 적었다. 최근에는 CB750 Hornet에도 E-클러치 사양이 추가된 만큼, 이번 기회에 CBR650R E-Clutch를 타고 도로로 나서 그 진가를 꼼꼼히 확인해 보기로 했다.
혼다 CBR650R E-Clutch 특징
유럽 시장에서 다져진 탄탄한 기본기
CBR650R E-Clutch의 뿌리를 거슬러 올라가면 1987년에 등장한 CBR600F Hurricane을 만나게 된다. 유럽과 북미 시장을 겨냥해 개발된 이 모델은 뛰어난 스포츠 성능과 합리적인 가격을 무기로 큰 인기를 끌었다.
일상적인 도심 주행부터 장거리 투어링, 와인딩 로드에서의 스포츠 주행까지 아우르는 다재다능함이 무기였다. 게다가 내구성이 뛰어나 잔고장이 적고 유지비 부담도 덜했다. 언제 어디서나 부담 없이 함께할 수 있는 '올라운더 스포츠 바이크'라는 콘셉트가 라이더들의 마음을 사로잡은 것이다.
이후 이 플랫폼을 바탕으로 네이키드 모델인 CB600F Hornet이 탄생했고, 'RR' 배지를 단 정통 레이서 레플리카로 이어지는 등 다양한 파생 모델이 등장하며 계보를 넓혀갔다.

다만 개인적인 기억을 되짚어보면, 과거 일본 시장에서 CBR600F는 다소 얌전하고 평범한 모델로 인식되곤 했다. 거품 경제 시기부터 2000년대 초반까지는 다재다능함보다는 압도적인 성능을 지향하는 분위기였기에, 안팎으로 한껏 날을 세운 슈퍼스포츠 모델들에 이목이 쏠렸기 때문이다.
하지만 약 20년 전 이탈리아나 독일의 라이더들과 이야기를 나누었을 때 그들의 반응은 사뭇 달랐다. 그들은 입을 모아 "대형 모터사이클 입문자라면 무조건 이 차를 타야 한다"라며 CBR600F를 가리켰다.

여기에는 유럽 특유의 면허 제도가 한몫했다. EU 권역의 모터사이클 면허는 단계별로 세분화되어 있다. A1 면허는 125cc(11kW/약 15PS) 이하, A2 면허는 35kW(약 47PS) 이하로 제한되며, 일정 경력을 쌓아야 배기량 제한이 없는 A 면허를 취득할 수 있는 구조다.
즉, 유럽 라이더들은 125cc부터 시작해 미들급을 거쳐 풀파워 모델로 단계적으로 기종을 변경한다. 이 과정에서 출력 제한을 통해 A2 면허로도 탈 수 있었던 CBR600F 같은 미들급 스포츠 모델은 '첫 본격 대형 모터사이클'로 가장 완벽한 선택지였다.
이러한 라이딩 문화는 지금까지 이어진다. CBR600F의 계보를 잇는 CBR650R 역시 유럽 시장에서 탄탄한 인기를 유지하며, 젊은 라이더들이 상급 기종으로 올라서기 전 거쳐 가는 입문용 모델로 굳건히 자리 잡았다.
그리고 이러한 캐릭터는 일본의 도로 환경과도 무척 잘 맞는다. 다루기 쉬운 편안함과 스포츠 주행 성능의 밸런스가 절묘해, 대형 모터사이클 입문자나 오랜만에 복귀하는 리턴 라이더에게도 최적의 파트너가 되어주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이 매력적인 CBR650R에 E-Clutch가 더해졌을 때 라이딩 경험은 어떻게 달라질까. 지금부터 그 실력을 확인해 보자.
혼다 CBR650R E-Clutch 시승 임프레션
일상 영역의 편안함과 고회전에서 터져 나오는 짜릿한 고양감

2024년 출시된 CBR650R E-Clutch는 동시에 발표된 CB650R과 함께 혼다의 새로운 메커니즘인 'E-Clutch'를 최초로 채용한 모델이다.
E-Clutch는 첫선을 보인 이후 다른 모델로도 라인업을 넓혀가고 있으며, 필자 역시 여러 기종을 통해 직접 경험해 보았다. 솔직히 말해 "앞으로는 E-Clutch 사양이 시장의 주류가 되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완성도가 매우 높다.

CBR650R E-Clutch는 우측 크랭크케이스 상단에 전용 액추에이터 유ユニット이 추가되고 계기판에 E-Clutch 인디케이터가 표시되는 점을 제외하면, 외관상 일반 모델과 거의 구별되지 않는다.
시트에 앉아 시동을 걸 때까지만 해도 기존 CBR650R과의 차이점을 알아채기 힘들다. 하지만 클러치 레버를 잡지 않은 채 왼발로 1단을 넣는 순간, 이 차가 완전히 다른 영역에 있음을 직감하게 된다.
스로틀을 감으면 절묘한 타이밍에 클러치가 자동으로 맞물리며 차체가 매끄럽게 출발한다. 엔진과 변속기가 예열되기 전에는 다소 뻑뻑한 느낌이 들 수도 있지만, 이는 일반 수동 모델도 마찬가지다. 굳이 억지로 클러치 레버를 조작할 필요 없이 냉간 시 특유의 질감으로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면 된다.

사실 E-Clutch의 유무를 떠나, 필자는 원래부터 CBR650R이라는 모델 자체를 꽤 좋아한다.
낮게 설계된 시트고 덕분에 발착지성이 우수하고, 클립온 핸들바를 채택했으면서도 상체가 과도하게 숙여지지 않아 포지션이 자유롭다. 이 두 가지 요소만으로도 이미 수많은 라이더에게 추천할 만한 충분한 자격을 갖췄다.
엔진은 과거 600cc 시절의 유닛과 비교해 실용 영역인 저중속 토크를 대폭 보강해 도심 주행에서의 다루기 쉬운 특성을 극대화했다. '엔진의 명가' 혼다다운 직렬 4기통 특유의 매끄러운 회전 질감도 여전하다.
핸들링 역시 솔직하고 직관적이어서 깊은 뱅크각을 그리며 코너를 돌아나갈 때도 심리적 부담이 없다. 서킷 레코드를 쥐어짜기 위한 날 선 세팅이라기보다, 공도에서의 안정감과 다루기 쉬운 조종성에 초점을 맞춘 세팅이다.

고속도로에 올라 엔진 회전수를 높이면 이 엔진의 또 다른 얼굴이 드러난다. 8,000rpm 부근부터 배기음의 색깔이 바뀌며 회전계 바늘이 빨려 들어가듯 솟구친다. 그 너머에는 직렬 4기통 엔진만이 보여줄 수 있는 드라마틱한 세계가 펼쳐진다.
리터급만큼 과도한 속도를 내지 않고도, 쿼터급 이하 모델과는 확실히 궤를 달리하는 고양감을 선사한다. 이 절묘한 포지션이야말로 미들급 세그먼트가 가진 진정한 매력이다.

하지만 일상적인 라이딩은 멈춤과 출발의 연속이다. 도심의 정체 구간처럼 가다 서다를 반복하는 상황에서, 클러치 레버를 잡지 않고 변속할 수 있는 E-Clutch는 확실한 무기가 된다.
미들급 스포츠 바이크의 달리는 즐거움과 일상에서의 편안함. CBR650R E-Clutch는 이 두 가지 가치를 훌륭하게 버무려냈다.

앞서 언급했듯, 풀카울 스포츠 모델 시장은 한동안 과도한 성능 경쟁에 매몰되어 있었다. 하지만 '그 강력한 출력을 대체 어디서 어떻게 쓸 것인가'라는 의문은 늘 꼬리표처럼 따라다녔다.

CBR650R E-Clutch는 바로 그 질문에 대한 명쾌한 해답을 제시한다.
충분히 강력하면서도 다루기 쉬운 엔진, 공도 주행을 철저히 고려한 서스펜션 세팅, 그리고 군더더기 같은 라이딩 모드를 과감히 덜어낸 구성이 돋보인다.
그러면서도 ABS나 트랙션 컨트롤 같은 안전 장비와 스마트폰 연동 기능 등 라이더가 실제로 필요로 하는 옵션은 빠짐없이 챙겼다.
단순히 구성을 덜어낸 것이 아니라, 영리하게 조율했다는 감탄이 나오는 이유다.

바이크를 처분할 때까지 엔진 성능을 끝까지 써보지도 못하거나, 조절식 서스펜션은 만져보지도 않고, 라이딩 모드는 늘 하나로만 고정해 두고 타는 라이더들을 숱하게 보아왔다.
그렇다면 순정 상태 그대로 성능을 100% 쥐어짜며 즐길 수 있는 CBR650R E-Clutch야말로 얼마나 매력적인 선택지인가.
라이더와 함께 성장하며 모터사이클 라이프를 즐길 수 있는 바이크다. 잠깐 타고 쉽게 질려버리는 성격이 아니라, 오랜 시간 깊은 교감을 나누며 함께할 수 있는 동반자 같은 모델이다.
혼다 CBR650R E-Clutch 디테일 컷

CBR650R E-Clutch는 우측 크랭크케이스 상단에 전용 전자제어 유닛을 탑재했다. 출발과 변속, 정지 등 구동력이 변화하는 모든 상황에서 최적의 클러치 제어를 수행하는 '혼다 E-클러치(Honda E-Clutch)' 시스템이다. 라이더는 클러치 레버를 조작하지 않고도 발끝만 움직여 기어를 변속할 수 있으며, 필요에 따라 언제든지 수동 클러치 조작을 병행할 수 있는 유연함도 갖췄다.

탑재된 엔진은 수냉식 DOHC 직렬 4기통 649cc 유닛이다. 최고출력 95PS를 발휘하며, 실용 영역인 저중속에서의 다루기 쉬운 특성과 고회전 영역까지 매끄럽게 뻗어 나가는 4기통 특유의 회전 질감을 양립했다. 풀카울 사이로 수줍게 드러난 4가닥의 매니폴드는 시각적인 기능미와 함께 기계적인 존재감을 강렬하게 어필한다.

프런트 서스펜션은 쇼와(Showa)의 41mm SFF-BP(Separate Function Big Piston) 도립식 포크를 채택했다. 브레이크 시스템은 래디얼 마운트 4피스톤 캘리퍼와 310mm 더블 디스크의 조합으로, 본격적인 스포츠 주행에서도 충분한 제동력과 세밀한 컨트롤을 보장한다. 앞 타이어는 120/70ZR17 사이즈를 장착한다.

강성과 경량화를 조화롭게 양립한 스틸 스윙암에는 180/55ZR17 사이즈의 리어 타이어를 조합해 스포츠 주행 시 든든한 접지감을 전한다. 차체 아래쪽으로 바짝 붙인 숏 타입 사일런서는 질량 집중화를 극대화해, 경쾌한 핸들링 특성과 날렵한 스타일링을 동시에 만족시킨다.

계기판은 시인성이 뛰어난 풀 컬러 TFT 디스플레이를 채용했다. 엔진 회전수와 속도 등 기본적인 주행 정보 외에도 E-클러치의 작동 상태를 실시간으로 표시한다. 여기에 스마트폰 연동 기능인 '혼다 로드싱크(Honda RoadSync)'를 지원해, 전용 앱을 연결하면 내비게이션 길 안내와 전화 수발신, 음악 재생 등을 계기판 화면을 보며 간편하게 조작할 수 있다.

스포티한 세퍼레이트 핸들을 장착했음에도 핸들의 처짐각을 완만하게 설정해, 몸이 앞으로 과도하게 쏠리지 않는 자연스러운 라이딩 포지션을 연출했다. 왼쪽 스위치 박스에는 계기판 조작과 다양한 기능 설정을 위한 버튼들을 집중 배치해 스마트폰 연동 기능인 '혼다 로드싱크'를 다루기에도 편리하다.

시트고는 810mm로 책정됐다. 운전석과 동승자석을 명확히 구분한 분할식 시트를 적용해 스포티한 외관과 실용적인 구성을 함께 챙겼다. 시트 앞쪽 형상은 지면에 발이 잘 닿도록 다듬었으며 쿠션감도 넉넉하다. 덕분에 장시간 주행해도 엉덩이가 쉽게 피로해지지 않아 투어링 용도로도 손색없는 완성도를 자랑한다.

스텝은 스포츠 주행 시의 적극적인 하체 홀딩과 조작성을 고려해 약간 높은 위치에 자리한다. E-클러치 사양이라 해도 기어 페달 조작 자체는 라이더가 직접 해야 하므로, 변속할 때 발끝에 전해지는 손맛은 기존 수동 변속기와 다르지 않다. 클러치 조작을 전자적으로 보조하는 메커니즘은 퀵시프터의 연장선에 있는 기술이라 할 수 있으며, 지극히 자연스러운 변속 질감을 유지해 준다.

리어 서스펜션은 모노쇽 방식을 채택했다. 쇽 업소버 유닛을 스윙암에 직접 연결하는 다이렉트 마운트 구조로, 가벼운 움직임과 깔끔한 구조미를 동시에 챙겼다. 스프링 프리로드는 전용 공구로 조절할 수 있으며, 일반 도로에서의 스포츠 주행을 겨냥해 균형 잡힌 세팅으로 다듬어졌다.

날카로운 라인으로 다듬은 프런트 페이스는 강렬하고 스포티한 인상을 준다. 슬림한 LED 헤드라이트와 뾰족한 노즈 디자인은 플래그십 슈퍼스포츠인 CBR1000RR-R Fireblade를 연상시킨다.

콤팩트하고 날렵하게 뻗은 리어 섹션. 슬림한 시트 카울 아래에 LED 테일램프를 배치해 경쾌하고 스포티한 뒷모습을 완성했다. 리어 펜더 역할을 겸하는 번호판 거치대 끝에 방향지시등을 달았다.

연료 탱크 용량은 15L다. 직렬 4기통 엔진을 감싸듯 볼륨감 있게 다듬은 형상으로 스포츠 모델 특유의 역동적인 실루엣을 강조했다. 차체 색상은 그랑프리 레드와 맷 발리스틱 블랙 메탈릭 두 가지다.

동승자 시트 아래에는 실용적인 수납공간을 마련했다. ETC 단말기를 장착할 수 있는 공간이 있고, 소지품을 보관하기에도 좋다. 일상적인 주행을 고려한 설계로 지갑이나 소형 IT 기기 등을 넣기에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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